신발∙가죽 관리 유튜버 ‘베티버’, 유튜브 쇼핑으로 글로벌 시장 겨냥
한 유튜브 채널에 낡고 바랜 나이키 농구화 ‘에어조던1’이 등장한다. 닳을 대로 닳은 이 신발에 유튜버의 손길이 닿자 마치 새것처럼 변한다. 영상은 조회수 1,340만회 이상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신발 복원으로 이름을 알린 주인공은 ‘베티버(VETIVE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김국현 대표다. 어릴 적부터 각종 신발 연구에 몰두했고, 2018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현재 구독자 수 68만명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가죽을 다듬는 솔질, 무언가를 잇기 위한 망치질 등 신발을 손질할 때 나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며 “이를 영상에 담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시작했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할 당시 주요 콘텐츠는 구두 수선이었다. 이후 명품 운동화 복원 영상이 빠르게 인기를 얻어 단기간에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고 구독자 수도 한 주 만에 20만명이 늘었다. 특히 에어조던1 수선 영상은 유튜브 채널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는 구두, 운동화뿐 아니라 가방 수선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고품질 제품으로 전달하는 특별함
베티버 채널이 인기를 얻자 다양한 기업들이 협업을 제안했다. 글로벌 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탈리아 가죽 화학제품 제조사인 ‘켄다 파르벤(Kenda Farben)’도 베티버에 손을 내밀었다. 켄다 파르벤은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브랜드에 화학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이다. 여러 논의 끝에 신발케어용 제품 8종을 함께 제작했고, 지난 6월부터 국내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 방식의 쇼핑몰 ‘VVR’도 운영하고 있다. 켄다 파르벤과 협업한 제품을 포함해 브러시, 가죽 복원제, 가죽 크림, 방수 스프레이, 얼룩 제거제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신발에 관심이 많은 유튜브 구독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신발 전문 세탁 업체의 주문도 꾸준히 늘고 있다.
김 대표는 “명확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며 고급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고품질의 제품을 집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장점이다”며 “사용해 본 고객들이 만족해서 재주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 쇼핑으로 확장한 비즈니스
유튜브 채널과 자사 쇼핑몰 연동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김 대표가 베티버 채널에서 선보인 제품을 시청자가 클릭하면 자사몰의 제품 페이지로 연결되어 매끄럽게 주문이 이뤄지는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쇼핑몰에 접속해 제품을 찾아서 구매해야 하는 과정을 짧게 줄인 것이다. 최근 주목 받는 카페24의 ‘유튜브 쇼핑’ 기능을 활용했다.
김 대표는 “유튜브 쇼핑으로 시청자의 구매 과정을 간소화했고 이는 사업자와 유튜버 모두에게 운영의 편의성을 제공한다”며 “영상 밑에 상품이 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쉽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
베티버는 글로벌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아직 신생 브랜드지만 베티버 채널 시청자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유입된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특히 미국 시청자는 40만 명 이상이다. 실제로 제품을 사고 싶다는 시청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기에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올해 말 영문 쇼핑몰을 열어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멕시코, 일본 등까지 공략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 성장도 중요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좋은 제품으로 답하는 게 최우선이라 생각한다”며 “신제품을 선보이며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 좋은 신발과 가죽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