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놀라게 한 동양인이 있었다. MIT에서 개최한 ‘글로벌 스타트업 워크숍(GSW)’ 수상자인 우상범 고퀄 대표다. 당시 영남대학교 3학년 학생이었던 그는 와이파이 모듈을 이용해 집의 인터폰 화면을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게 하는 혁신적인 방범 시스템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우 대표가 이끄는 고퀄은 홈 IoT 플랫폼 ‘헤이홈’을 운영한다.
MIT 수상자에서 젊은 창업가로
우 대표가 본격적인 창업에 나선 건 2014년이다. 영남대 교내 창업 경진대회, 대구 경북 창업 경진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획득한 상금과 정부 지원금 등을 기반으로 고퀄을 설립했다. 사명에는 사물인터넷(IoT)와 관련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고퀄리티 기술’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초기 아이템은 전등 스위치였다. 와이파이 모듈로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점등과 소등이 가능하도록 제작했다. 건설회사에 IT 기기를 납품하는 홈네트워크 회사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당시 건설회사의 반향은 크지 않았다.
우 대표는 “사업이 쉽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IoT도 뜰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이런 날이 빨리 오게 하기 위해 일반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만한 기기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B2C 공략에 나섰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활용해 D2C(소비자 대상 직접판매) 방식의 온라인 쇼핑몰 ‘헤이홈’을 열어 고객 접점을 넓혔다. 카페24 플랫폼을 활용한 덕에 비용을 절감하고 운영 효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각 제품의 원리와 방범, 인테리어 등의 효과를 쇼핑몰 콘텐츠로 제작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 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믿어준 투자자와 고객 덕분에 지난해 1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혁신, 매출 급증의 배경
고퀄은 전등 스위치를 시작으로 다양한 스마트 인테리어 제품을 개발했다. 가격 2만원대의 ‘리모컨 허브’는 집에 두면 인터넷이 되는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집 안의 에어컨과 TV를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기업 가전제품의 리모컨 신호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또 자동 커튼, 방범 시스템 등을 개발해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이뤘다. 현재 확보한 IoT 관련 특허는 8개다.
우 대표는 “사업의 모토로 ‘몰랐던 편안함, 다양한 일상’을 추구한다”며 “사람들이 얼마나 더 편해질 수 있는지 깨달을수록 고퀄이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적인 제품과 함께 꾸준한 성장을 이뤘다. 쇼핑몰을 처음 연 2019년에 8억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94억원, 지난해 11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해 이상의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직원 수도 50여명으로 늘었다.
‘매터’ 프로토콜 대응으로 미래를 향해 도약
우 대표는 향후 목표로 ‘매터(Matter)’ 프로토콜 대응 제품 개발을 꼽았다. 매터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이 참여한 스마트홈 글로벌 표준 연합인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의 발표로 관심이 뜨거운 기술이다. 매터를 활용한 IoT는 CSA 참여 기업의 기기를 폭넓게 제어할 수 있다.
고퀄은 이미 이 분야에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대기업과 손잡고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매터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 비즈니스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거란 전망이다.
우 대표는 “더 많은 기업이 IoT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기술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며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뀔 때 못지않은 생활 혁신이 IoT에서 이뤄질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