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선 카페24 엔터프라이즈 비즈 총괄이사 인터뷰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산촌의 어르신. 뒤뜰에서 소소히 재배한 채소 몇 종을 온라인으로 팔아 볼 계획이다. 그런데 고객과 대화가 필수라면서 굳이 메신저로 팔겠다고 한다. 어디 마켓에서 남들 사이에 상품을 올려놓지 않겠다는 고집도 보인다. 어찌 되었건 전자상거래 사업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분은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사업 본능이 강하신 겁니다. 아직 구체적인 D2C 방법을 모르실 뿐, 소비자와의 소통에서 ‘획일’이 아니라 ‘밀착’이 유리함을 알고 계신 것이죠. 요즘 미디어에 D2C가 많이 등장하지만 그 개념은 오래 전부터의 상거래 역사와 함께해왔다고 봅니다.”
사업 크든 작든 D2C로 진입, 비 패션 분야도 약진
송종선 카페24 엔터프라이즈 비즈 총괄이사는 D2C 시장 확대일로가 아직 초기일 뿐이라면서 위의 일화를 소개했다. D2C를 제외한 이커머스 전력 강화가 어불성설임은 사업 초보자들도 쉽게 느낀다는 설명.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는 올해 미국 D2C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19% 늘어난 215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과 4년 전인 2017년에는 이 수치가 68억달러(약 7조원) 수준이었다.
D2C 시장에서의 대형 이슈는 역시 나이키와 로레알 등 대기업들의 앞다툰 진입이다. 단순 진입을 넘어서 결과까지 잘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아마존에서 나와 D2C 강화 전략을 천명한 나이키. 지난해 9~11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9% 늘어난 112억달러(약 12조5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 불황 가운데서도 매출을 늘린 비결 중 중요한 하나가 D2C였다.
단, 서두에 나온 어르신의 사례처럼 ‘모든 판매자’의 D2C 진입도 중량감 갖춘 이슈다. 카페24 플랫폼에서 소규모로 D2C 쇼핑몰을 연 뒤, 연 매출 수백억 규모까지 키워낸 사업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타일난다나 육육걸즈 등도 이 같은 과정을 밟으며 성장했다.
“나이키와 같은 대기업이 아니어도 D2C 전략은 시행 가능합니다. 특정 마켓에 의존하지 않고 무언가를 판매하면서 본인 브랜드도 만들고 싶다면 D2C가 명확한 해답이죠. 소비력 높은 MZ 세대가 본인 개성과 취향에 맞는 D2C를 즐겨 찾기 한다는 사실도 살펴봐야 합니다.”
송 총괄이사는 패션 이외 분야의 D2C 활성화도 관전 포인트로 지목했다. 지난해 카페24를 통한 거래액이 약 11조원에 근접하는 등 전년 대비 약 17% 증가한 이유로도 비 패션의 약진이 컸다. 가구•인테리어, F&B, 생활용품•식품 등 분야도 다양하다. 농어민을 비롯한 각양각생 소상공인이 수많은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콘텐츠 창의력 선보일 무대가 커졌다
이렇게 확대일로인 D2C 시장은 콘텐츠의 용광로다. 말 그대로 ‘자사 쇼핑몰’이기에 상품 사진과 영상, 사이트 레이아웃을 비롯해 수많은 콘텐츠 아이디어들이 반영되고 있다. 잘 만든 콘텐츠는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가? 원하는 브랜딩과 판매 아이템에 따라서 천차만별일 터. 정답은 없지만 흥미로운 사례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송 총괄이사는 ‘바디럽’, ‘블랙몬스터’ 등 10여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블랭크코퍼레이션’을 우수 사례로 언급했다.
“D2C 콘텐츠라면 패션 모델의 분위기 있는 사진을 먼저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 콘텐츠가 패션 D2C 발전의 촉매가 된 것도 사실이고요. 이런 가운데 기능성으로 승부하는 브랜드들은 또 다른 방식의 콘텐츠를 선보였고 블랭크코퍼레이션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른바 ‘미디어커머스’를 표방하며 TV광고형 이미지 대신 실제 상품의 사용 영상을 집중 선보였습니다. 오늘 구매 계획이 없어도 재미로 찾게 되는 채널들이 만들어졌어요.”
근래 유행인 라이브커머스도 D2C 콘텐츠 중 하나로 분류된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브랜드 정체성에 맞춰 갖가지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D2C와 닿아있다. 오는 2023년경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8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가의 사진이나 영상을 제작하거나 거창한 메시지부터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죠. SNS 운영처럼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올린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상품 경쟁력이 받쳐준다는 전제 하에 브랜드 콘셉트를 일관되게 운영한다면 실패가 오히려 어려워요.”
또 하나의 조언은 간결한 메시지와 빠른 전달 속도에 있다. 요즘 소비자들이 긴 콘텐츠(영상 혹은 스크롤 페이지) 확인에 긴 시간을 투입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사진이든 영상이든 커뮤니케이션 속도가 굉장히 빠른 시대입니다. 다른 페이지로 떠나버리는 이탈 가능성도 높아요. 짧은 시간 내에 쇼핑몰 안의 여러 콘텐츠가 ‘구매 이유’를 전달해야 합니다. SNS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카페24의 IT 투자, 초보도 콘텐츠 강자로 만든다
그렇다면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술, 예를 들어 코딩이나 사진촬영 등이 얼마나 필요한가.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되진 않는가? 상품 경쟁력은 자신 있지만 콘텐츠는 꽤 어렵다는 이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이에 대해 송종선 총괄이사는 D2C 기술 발전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이 각종 콘텐츠를 쉽게 만들어주는 시대다. 이 장벽은 크게 낮아졌고, 앞으로 계속해서 제거되어 갈 전망이다.
“카페24는 임직원 중 절반 가까이가 IT 테크 인력일 정도로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기업입니다. 이 중에는 D2C 사업자들의 콘텐츠를 자동 제작하되, 품질은 높인 기술들도 여럿이죠. 이런 기술 투자는 이미 D2C 시장 전체의 고도화에 일조했다고 봅니다.”
카페24가 지난 2018년 선보인 ‘에디봇(Edibot) 시리즈’는 D2C에 접목한 AI•빅데이터 사례로써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솔루션이 알아서 쇼핑몰 콘텐츠를 제작하고 편집해준다는 내용. 사업자가 상품 판매를 위해 촬영한 수백장 사진을 분석, 쇼핑몰 내 적재적소에 노출한다. 상품 경쟁력을 갖췄지만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익숙지 않은 사업자들도 경쟁력 높은 쇼핑몰을 클릭 몇 번에 만들 수 있다.
상품을 분석해 검색최적화(Search-Engine Optimization, SEO) 키워드를 자동 설정하는 기능도 눈에 띈다. 흰색 상의를 입은 모델 사진을 등록했다면 ‘반팔’, ‘티셔츠’, ‘화이트’, ‘모델 착용’, ‘상세 이미지’ 등의 키워드를 추출하는 과정이 매끄럽다. 이는 검색엔진에서 상품 사진을 정확히 인식하는 정보로 활용된다.
물론, ‘에디봇(Edibot) 시리즈’는 대표 사례일 뿐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 고객응대 등 D2C 운영 전반에 걸쳐 카페24의 AI•빅데이터 개발은 지속되고 있다.
“카페24의 D2C는 개방형 플랫폼입니다. 기능 확장이 쉽다는 뜻이고, 여기서 나오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성공사례가 나오고 전자상거래 시장 전체의 생태계가 발전할 것입니다. 이처럼 기술은 준비되었으니 창의를 가진 이들이 D2C 시장에 들어와서 새로운 파장을 일으켜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