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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가 사는 세상 ①] 위탁판매냐, 상품 소싱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셀러가 사는 세상(셀사세)’은 이커머스 셀러 생태계를 조명하고, 셀러를 꿈꾸는 한 사람의 시작과 끝을 기록하는 셀러 생애주기 관찰기입니다. 셀러가 되기 위한 준비부터 사업자 등록, 상품 소싱과 확보, 오픈 마켓 입점, 풀필먼트와 배송, CS, 자사몰 오픈까지 모두 해보렵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셀러가 답이다’라는 수많은 서적과, 유튜버들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과연 맞는 이야기인지 제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나는 이커머스 셀러가 되기로 했다

누구에게는 생업, 다른 이에게는 부업, 또는 취미가 될 만큼 ‘이커머스 셀러’라는 직업은 과거에 비해 많이 친숙해졌다. 지금도 쏟아져 나오는 관련 서적이나 유튜브 콘텐츠들은 이렇게 말한다. “회사 다니며 셀러로 대박 나기”, “해외 판매로 월 매출 3000만원 찍은 썰”, “하루 1시간 셀러에 투자해 월급보다 많이 벌기” 등등. 사실 손이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는 제목들을 달고 있어 매번 클릭하게 된다. 관심은 가지만 직접 해보려니 막막하다. ‘난 뭘 팔아볼까?’ 30초 정도 생각하다 다시 도돌이표.

그러던 중 친구 하나가 “나 향수 원자재 팔아서 돈 좀 벌고 있잖아”란다. 향수에 원자재가 있다는 말도 처음 듣는데(아니 당연히 있긴 하겠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서, 어디서 떼다가, 누구한테, 어떤 방식으로 팔고 있냐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친구는 “원래 향수를 좋아해서 DIY 향수 만드는 걸 공부도 하고, 소모임도 하고 그랬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장님 통해서 원액을 공급받고 있고, 소모임 멤버들에게 판매를 시작해 온라인에 진출하다 보니 주문이 꽤 늘었다. 퇴사 각 곧 나올 수도 있겠다”라며 들뜬 표정이다.

향수 원액이라니..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품목들, 진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온라인에서 사고팔고 있겠구나 싶더라. 동시에 이 무수한 거래 이면의 셀러 생태계, 그리고 셀러들의 생애주기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차올랐다. 그래서 나는 이커머스 셀러가 되기로 했다. “하루 1시간만 투자”해도 어엿한 셀러가 될 수 있다는데 못해볼 것 없지.

사전 정보 수집 – 고수를 찾아서

일단 온라인에서 ‘셀러’를 검색해 조회 수가 높은 콘텐츠들부터 정독에 나섰다. 정말 무수히 많은 콘텐츠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키워드는 바로 ‘위탁판매’다. 위탁판매란 물건 주인은 따로 있고, 셀러는 여러 오픈마켓에다 해당 제품을 업로드해 판매만 하는데, 판매 성공 시 그 수익의 일부분을 셀러가 수수료로 가져가는 판매방식이다. 재고도 물건 주인에게 있고, 판매가 이뤄지면 배송도 물건 주인이 알아서 한다. 그러다 보니 보통 ‘N잡러’, ‘부캐’, ‘하루 1시간 투자’ 등과 같은 키워드들과 함께 다닌다.

다음은 ‘현직 셀러와의 만남’을 추진했다. 경력 10년 이상의 고수들을 찾아뵀다. 주변 지인과 더불어 인맥을 통한 소개로 만날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 유명한 셀러 몇몇에게는 메일을 보냈다. “이커머스 셀러를 꿈꾸는 청년입니다”로 시작하는 메일을 받은 고수들은 “오프라인 미팅은 어렵다”라면서도 생각보다 훨씬 친절하고 또 상세하게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내주셨다(여러분도 속는 셈 치고 보내보길 추천한다. 진짜 회신 주시니까). ‘창업센터’ 상담도 받았다. 현직 셀러이자 15년 경력의 카페24창업센터 양재점 최현일 센터장님, 산본점 한희관 센터장님이 무료로 상담해주셨다. 이분들의 ‘이커머스 셀러 예비 창업자에 대한 조언’을 정리해 소개해본다.

초보 셀러의 대책 없는 창업 아이템을 들어주신 최현일 카페24창업센터 양재점 센터장님.

‘근성’을 재생산하라

이커머스 셀러로 살아남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자질, 바로 ‘근성’. 매사를 끝까지 해내는 억센 정신이란 뜻의 근성은 길고 험난한 셀러로 거듭나는 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란다. 여기서 이미 망할 조짐이 보인다. 나처럼 근성 없는 삶을 사는 인간이 또 있을까 싶은데, 결국 또 ‘힘내! 더 힘내!’ 엔딩인 걸까? 다행히 그렇지 않다. 고수들에게도 근성은 연료처럼 계속해서 소모되는 것이고, 이를 다시 채우기 위한 각자만의 노하우가 있다.

핵심은 ‘내가 평소 관심 있는 것’을 파는 것이다. 나는 ‘사무용품’을 팔아보겠다고 상담을 요청했다. 이에 고수들은 “사무용품 종류가 정말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 있으면서 평소 자주 쓰는 품목을 특정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볼펜, 포스트잇, 명함케이스처럼 구체적으로 말이다. ‘옷’이나 ‘신발’ 같은 카테고리도 더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인데, 평소 자신이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본인이 누구를 팔로우하고, 어떤 정보를 중점적으로 습득하는지 잘 살펴보자.

초창기 이커머스 셀러에게는 ‘매출 발생’ 자체가 정말 힘들고 또 드문 일이란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도 매출이 발생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면 정말 힘들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생각이 솔솔 피어오르며 끝내 포기에 이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팔리든 안 팔리든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냥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게 베스트란 것이다.

그러던 중 근성이 모두 소진된다면? 고수들은 셀러 관련 동아리나 스터디를 참가 또는 운영한다. 또 창업지원센터나 1인 사무실에 등록해 계속 접점을 만들고, 스스로가 다른 셀러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고수들은 내게도 “지금 당장 사업자 등록부터 하길 추천”했다. 그 순간 셀러에 대한 태도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

② 제발 걱정 좀 사서 하지 마라

모든 초창기 셀러들은 다음과 같은 꿈을 꾼다. “만약 제 샵이 대박이 터져버리면 어쩌죠? 아직 회사에서는 제가 셀러인 거 비밀로 하고 있는데..(아직 시작도 안 함) 그리고 세금 폭탄도 걱정이에요. 사업자 등록 지금 해도 상관없나요?” 꿈꾸는 건 자유이기 때문에 마음껏 꾸자. 꿈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만 기억하면 되니까.

고수들은 “그딴 걱정할 시간에 상품 소싱 하나 더 해서 스토어에 올려라”라고 답변했다. “사업자 등록 방법도 생소하고, 이로 인한 세금 폭탄이 걱정이라면, 이를 안 해도 되는 플랫폼도 널렸으니 그리로 가라”는 것. 위에서 말했듯 대부분의 초창기 셀러는 매출 발생이 정말 어려워서 한 달에 1~2개만 판매에 성공해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 오직 근성에 방점을 찍고서 그 외에 다른 걱정은 일절 하지 말자.

③ 고정비는 0에 수렴하도록 하자

아무리 걱정을 안 하려 해도 우리가 과연 ‘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라는 존재는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 엄마 아빠 돈 걱정하게 만든 장본인이자, 나 또한 최후에 이르기까지 돈 걱정을 하다 떠날 존재다(흑흑). “초창기 셀러들이 근심·걱정에 시달리다 결국 좌절을 맛보는 부분도 결국은 자금”이기 때문에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셀러를 시작해야 한다. (자꾸 같은 말 반복하며 겁주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초창기 셀러는 3~6개월간 매출을 0으로 잡고 시작하는 것이 바른 마음 자세라는 것이다.

그러니 무리해서 다량의 재고를 들여오거나, 매달 광고비를 지출하거나 등의 행위는 비추다.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공간, 인력 등을 적극 활용하면서 슬슬 매출이 발생한다면 배송은 편의점 택배, CS는 본인 휴대전화로 일단 해결하자. 물량이 폭주하면 오히려 선택지는 많아지니 아나바다 정신으로 버티는 게 우선이다. 자본금이 넘친다면 뭐.. 컨설팅회사를 찾아가 보시길 바란다..

④ ‘위탁판매’ vs ‘상품 소싱’ 논쟁

‘위 ③번 항목을 충족시키려면 당연히 위탁판매를 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도 그렇고, 고수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고수들은 위탁판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리와는 다른 관점에서 위탁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크게 2가지로 나뉘며, 의견이 상충한다.

1번 : 위탁판매를 중심으로 이커머스 생태계를 이해해라

위탁판매의 가장 큰 장점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이커머스 셀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그렇게 데뷔했다. 나는 이미 여러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셀러 승인을 마쳤다. 이후 ‘도매 전문몰’ 등으로 불리는 위탁판매 전문 플랫폼에서 제품 몇 개를 선택해 내 스토어에 노출하고 있다. 참으로 잔잔하고 보잘것없는 데뷔이지만 많은 축하 부탁드린다. 스토어 이름 및 판매 상품은 밝히지 않겠다. 여러분이 돈쭐 내러 와버리면(..?) 이번 콘텐츠는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처럼 쉽고 편하게 이커머스 셀러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위탁판매라는 것. 수천 가지의 상품을 비용 없이 판매할 수 있다. 고수들은 매일 도매전문몰에서 소싱해 올 상품 개수를 정해놓고 이를 반복하라고 추천한다. 그 과정에서 상품 소싱 방법, 상품 업로드 및 노출 방법, 관련 키워드 확보, 혹시 매출이 발생한다면 CS 관련 경험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마디로 “돈 안 들이고 이커머스 공부하기에는 위탁판매만 한 게 없다”라는 것.

2번 : 위탁판매는 최소화하면서 직접 상품을 소싱해라

위탁판매의 가장 큰 단점은 매출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위탁판매 셀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상품 가운데 내 스토어가 선택받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위탁판매 반대파는 “매출이 안 일어나니 근성이 바닥나 결국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라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파는 “처음부터 소싱 열심히 해서 안 팔리면 포기가 빨라진다”라는 주장이긴 하지만.

상품 소싱은 셀러 본인이 얼마나 좋은 안목을 가지고, 발 빠르게 판매를 시작하느냐에 달려있다. 그 훈련을 초창기부터 차근차근 훈련해야 한다는 것. 상품 원산지는 중국, 구매 플랫폼은 알리바바를 강추했다. “국내 판매되는 상품 대부분이 알리바바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이며, 현존하는 모든 상품이 거래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보통 국내 판매가의 1/3 가격으로 들여올 수 있으며, 마진은 5000원 이상이 이상적. 그리고 스토어가 너무 휑하다면 분위기에 맞는 위탁판매 상품을 몇 가지 깔아주면 된다”는 것이 고수들의 추천사항이다.

최종 목표는 ‘브랜딩’임을 잊지 말자

위탁판매와 상품 소싱 둘 중 무엇에 집중하느냐는 초보 셀러 본인에게 달렸다. 그러나 고수들의 의견이 서로 조금씩 달랐을지언정 이를 통해 추구해야 할 것은 ‘브랜딩’임을 잊지 말자. “궁극적으로 ‘내 스토어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내 고객’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란 설명이다. 아무런 경험이 없는 초창기 셀러는 이를 구축하기 위한 순서와 방법을 알지 못하기에 근성을 가지고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란 것. 나는 지금 모든 셀러들의 염원인 ‘대박 나서 자사몰로 잘 먹고, 잘 살기’의 시작점에 서 있을 뿐이다.

유튜브 등에 자주 등장하는 ‘위탁판매로 3개월 만에 매출 000 찍었어요’류 콘텐츠에 대해서 고수들은 “그럴 수도 있다”라고 덤덤하게 답했다. 사람 일은 모르고, 그분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브랜딩’에 성공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브랜딩이란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픈마켓에 검색창에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자사 제품이 첫 번째 페이지에 노출되는 역량 또한 포함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AI 알고리즘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고수들도 있다. 단순히 높은 판매량이나 좋은 후기 등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차차 관련 썰도 풀어 보겠다).

이어지는 시리즈에서는 필자의 사업자 등록 및 서류 준비, 세무 상담 후기를 전하겠다. 지금도 열심히 진행 중인 상품 소싱과 위탁판매 관련 고군분투기, 사입시장 현장 체험기와 함께 말이다. 한편 초기 창업과 관련해서는 지자체별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나, 창업지원센터와 같은 전문 시설을 이용해봐도 좋겠다. 시간과 비용은 다소 들어갈 수 있을지라도 교육 프로그램이나, 현직 셀러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있어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무공간이나 부자재 구매력, 비교적 저렴한 택배 가격 등 혜택도 챙기고 말이다. 선택지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카페24창업센터 산본점이 새롭게 마련한 카페형 1인실.

By바이라인네트워크
※외부 필진의 기고는 카페24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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